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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민요 토리의 이해
우리나라 민요의 토리는 전통읍악 악조의 기초를 형성한다. 민속음악이나 예술음악뿐만 아니 라 궁중음악이나 종교음악, 심지어 퐁류음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전통음악 악조는 민요토 리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궁중음악의 평조와 계면조는 진경토리와 반경토리의 구조와 같으 며, 판소리나 산조의 계면조는 남도지방의 육자배기토리와 같다. 불교음악의 악조는 경상도 지방의 민요토리인 메나리토리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한국 전통음악 악조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민요 토리를 이해하는 핵심 용어 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음음계 우리 민요는 대부분 5음음계로 구성된다. 지역이나 장르에 따라 5음 중 한두 음이 생략되기도 한다.
• 주음 우리 민요 토리에는 주음역의 최저음이 주음인 정격선법과 주음역의 중간 음, 특 히 최저음의 4도 위음이 주음이 되는 변격선법이 있다. 경서토리는 정격선법, 동남토리 는 변격선법이다.
• 요성음 우리 민요의 토리에서 주음 다음으로 중요한 기능을 갖는 지배(Dominant), 즉 경서토리에서는 주의 5도 위의 음, 동남토리에서는 주음의 4도 아래 음이 요성음 이다. 요성음은 시가가 길지 않아도 본질적으로 떠는 음을 가리키는데, 실제 선율 속에 서 요성음을 충분히 떨기 위하여 인접음이 생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즉 요성음과 주음 사이의 음 중에서 요성음에 가까운 음이 주로 생략되는 현상이 강하다. 만약 이 음을 생 략하지 않을 경우는 요성음의 떠는 정도가 극히 약화된다.
• 종지음 민요 토리의 주음은 종지음이다. 대부분의 민요는 주음으로 종지한다. 그러나 노래가 여러 절을 반복하여 길게 지속되는 경우나 짧은 호흡으로 주고받으며 부르는 경 우는 주음으로 종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노래가 길게 지속되는 경우 뚜렷하게 종지감 을 주는 주음으로 마치면 그 다음을 이어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도리 깨질소리나 노젓는소리와 같이 짧은 호흡으로 주고받는 노동요의 경우 작업의 지속과 역동적인 동작을 위하여 주음이 아닌 음으로 노래의 끝을 들어 올리면서 지속성을 유지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 민요 토리에서 '종지음이 곧 주음'이라 하는 것은 선율적 인 종지감을 주는 보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 하행선율 우리 민요 토리에서 특정한 음을 장식음이나 경과음처럼 활용하는 경향은 하 행 선율에서 두드러진다. 즉 같은 음이라도 상행 시에는 출현하지 않던 음이 하행 시에는 특정한 경향성을 지니며 중요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육자배기토리의 '시'음과 메나리토 리의 '솔'음이 그런 예이다. 이처럼 우리 민요 토리의 특징은 하행선율에서 잘 드러난다.
• 토리의 접변 인적 교류 또는 사회적 교류에 따라 서로 다른 토리가 만나 상호 영향을 주 고받으면서 새로운 토리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주로 인접지역 음악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접변현상에서의 결과는 외지에서 전래된 토리의 구성음과 현지 토리의 구조[틀]가 결합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로써 본다면 지역 음악의 특징은 구성음보다 토리의 구조[틀]에 강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5) 판소리와 산조의 악조
판소리와 산조는 전문음악인이 공연을 목적으로 연주하는 예술음악이다. 또한 연주시간이 비 교적 길고 악곡의 내용도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므로 악조의 측면에서 도 판소리와 산조는 매우 다양한 구성을 보인다. 산조는 그 발생과정에서 판소리의 영향을 강 하게 받았으므로 산조의 악조는 판소리의 악조와 대동소이하다.
판소리와 산조에 사용되는 조"2에는 계면조 •평조•우조를 비롯하여 경조(경드름) 호걸 조(설렁제) • 메나리제· 추천목• 석화제 등 매우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계면조•평조•우조 세 가지이다.
(1) 계면조
판소리와 산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계면조이다. 계면조라는 악조명은 본래 궁중음악에 사용하던 것인데, 조선 초기의 계면조는 라가 주음인 5음음계였다. 판소리와 산조 의 계면조도 라가 주음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구성음과 각 음의 기능 및 성질 등은 남도민 요의 육자배기토리와 같다. 즉 판소리와 산조의 계면조는 육자배기토리와 구성음 및 구조가 같다. 궁중음악의 계면조가 정격선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하여, 판소리와 산조의 계 면조는 변격선법의 형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궁중의 향악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하행반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로 슬픈 느낌이 난다고 해서 설음 또는 애원성 등으로 불리던 것이 조선 후기 풍류방의 대표적인 성악곡인 가곡의 악조명 중 계면조라는 명칭을 차용하여 이처 럼 불리게 되었다.